백엔의 사랑, 이 작품에 모든 걸 걸고 싶다고 느꼈다

 안녕하세요, 집콕하며 밸런스입니다!

<백엔의 사랑>

제 39 회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 주연상
제 39 회 일본 아카데미 올해의 각본상

인생은 사각의 링

 사각의 링을 인생이라고들 말합니다. 그 이유는 링에서의 시합 때문이 아니라 링에 오르기까지 자신과의 치열한 사투를 견디고 극복해내가는 과정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권투를 소재로 한 명작 '록키', 록키는 아들에게 인생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각의 링에 수없이 올랐던 경험에 빗대어. 

<록키 발보아>

 "세상살이 정말 만만치 않아. 인생은 이 세상살이와 난타전을 벌이는거야. 하지만 얼마나 강하게 때리는가는 중요한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네가 끝없이 맞아가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거야. 아무리 세게 맞아도 굴하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진짜 승리라고 할 수 있는거야." 

부모님 연금 노리고 있지?

<32살 백수 이치코>

  백엔의 사랑은 스스로를 백엔짜리 인생이라 여기는 32살 백수 이치코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서른살이 넘도록 부모님 집에 얹혀살면서 조카와 비디오 게임만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부모님 가게 일을 돕는 여동생의 눈에 아무 생각없이 사는 이치코는 증오의 대상입니다. 어느 날 여동생은 언니의 행태에 참다못해 폭발합니다. 

<여동생 역을 맡은 배우와는 이 날 처음 만나 인사하고 바로 싸웠다고 합니다. 서로 굉장히 어색했다고 하네요.>

 결국 자매는 가족들 앞에서 싸움을 하게 되고 여동생은 비난을 퍼붓습니다. "부모님 연금 노리고 있지? 부모님 돌아가셔도 속으로 기뻐할 돼지가!" 이치코는 동생과의 혈투 끝에 집에서 나가게 됩니다. 라기 보다는 쫓겨나게 됩니다. 

<백엔샵 '백엔생활'에서 야간알바를 시작한 이치코>

 집을 나오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구한 돈벌이 수단은 평소에 단골이던 백엔샵의 야간알바 자리입니다. 이곳에서 그녀는 자신 못지않은 루저들과 인연을 맺습니다. 우울증에 걸린 점장, 온종일 찝쩍대는 마흔 넘은 홀아비, 유통기한 지난 음식을 공짜로 얻는데 혈안이 된 노숙자, 그리고 매일 바나나를 사가는 퇴물 복서 카노 등. 

 집을 나온 후 환경은 바뀌었지만 도무지 긍정의 기운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현실입니다. 

복싱 왜 시작했냐

 희망도 절망도 없는 무기력 그 자체인 그녀의 현실을 비튼건 '권투'입니다. 매일 바나나를 사가는 퇴물 복서 카노가 준 티켓으로 이치코는 생전 처음 권투 경기를 보게 됩니다. 

<시합이 끝난 후 서로 포옹하는 카노(왼쪽)와 상대선수>

 그 시합에서 그녀의 시선을 끈 것은 서로 죽일 듯이 싸우던 두 선수가 경기 후 서로 포옹하고 어깨를 두드려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그녀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이후, 지나다니면서 힐끗힐끗 봐왔던 체육관에 들어가 복싱을 시작합니다. 서로 포옹하고 격려하는 그 모습을 경험하기 위해선 하루하루 치열하게 싸워나가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복싱 연습에만 치중하는 이치코>

 동거 중이던 카노가 떠난 뒤에도, 백엔샵 야간 알바에서 해고된 뒤에도 그녀의 복싱 훈련은 계속 됩니다. 뚱뚱하던 몸은 슬림해지고, 초점 없던 눈빛은 날카로워지고, 뒤뚱뒤뚱 걷던 걸음은 재빠른 발놀림으로 변해갑니다. 그녀는 시간이 언제든 어디서든 오로지 복싱 연습에만 집중합니다. 

 어느 날 그녀를 떠났던 카노와 만나게 됩니다. 그는 달라진 그녀에게 묻습니다. 

<복싱, 왜 시작했냐?>

카노 : 열심히 사는 인간, 딱 질색이야. 
이치코 : 그래서 집 나갔어?

(침묵)

카노 : 너 말이야. 복싱 왜 시작했냐?
이치코 : 서로 막 때리고... 또 어깨도 서로 두드려주고... 그런 모습들... 왠지 그런 걸 하고 싶었어.

사각의 링에 오른 이치코

 하루도 빠짐없이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담금질했지만 현실은 냉정합니다. 이치코는 경기 내내 사정없이 두드려 맞습니다. 수차례 다운된 그녀에게 가족들은 일어나라고 소리칩니다. 링에 누워있던 그녀는 일어납니다. 쓰러져도 또 일어납니다. 3라운드 내내 그녀는 맞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납니다. 

 이치코는 수없이 쓰러지고 얼굴은 엉망이 되지만 마지막 종이 울린 후에도 그녀는 링 위에 서있었고, 상대와 포옹하며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승리하는 것이 인생이 아니라, 아무리 힘들어도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라고 영화는 말합니다. 

<이치코, 사각의 링에 오르다>

 이치코 역을 맡은 안도 사쿠라는 백수 이치코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체중을 늘린 상태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약 15일 정도의 짧은 촬영기간도 놀랍지만 이 기간동안, 혹독한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체중을 감량하여 복서의 몸을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무기력한 백수에서 복서로 변해가는 이치코의 모습은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합니다. 

 안도 사쿠라(이치코 역)의 인터뷰로 마치겠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링 위의 이치코가 빛났습니다. 그때 이치코는 오로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나 또한 어떤 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치코가 되어서 '백엔의 사랑', 이 작품에 모든 것을 걸어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OST에 참여한 크리프하이프 (creephyp)의 노래 '백팔엔의 사랑'이 나옵니다.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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